신장이식 16년이 되었습니다. 시간이 참 빠르네요. 어느 덧 청년에서 중년이 되었습니다.
나의 삶이 피곤하고 고단했다는 생각도 들지만, 누구에게나 삶은 힘든 여정인 듯합니다. 누구나 나만큼은 힘든 것 같습니다.
신부전 진단을 받고 포기해야만 했던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.
남들 보기에 좋아보이던 직장도 포기해야만 했고, 술담배도 끊어야 했고, 좋아하던 운동도 끊어야 했고.....친구관계는 저절로 끊어지네요. (나쁜x들! 그래도 이해는 하고 잘 살기를 바랍니다.)
인생이 하루아침에 극과극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, 사람이 참 무기력하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라는 한계성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.
아이가 태어나서 막 옹아리를 시작 할 때라서 더욱 슬펐습니다.
직장을 그만두기 직전에 산재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마음으로 직장에서 사고사로 죽을까 많은 고민도 했습니다.
하필이면 그 때 코스닥 바람이 불어서 그나마 모아 놓았던 돈도 모두 날리고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었습니다.
사표를 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운전을 할 수 없을만큼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.
무표정에 눈물만 나오는 경험을 처음으로 해보았습니다.
그 때 내 나이 서른한살, 지금 생각하면 꽃피는 봄날과도 같은 아름다운 나이였습니다.
집에서 1년정도 투병을 하다 결국 혈액투석을 하게 되었고, 투석 1년만에 감사하게도 신장이식을 하게 되었습니다.
이식하면 모든 것이 다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줄 알았는데, 여전히 힘들고 아프고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.
이런저런 약물 부작용이 심했고, 공황장애와 같은 정신적인 어려움까지 갖게 되었습니다.
그런 문제 속에서도 제가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, 단 한번도 일을 놓아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. 좌절되는 마음. 실망의 마음이 올라오고, 여러 삶의 어려움이 찾아 왔을 때, 나를 세워 줄 수 있었던 것은 믿음으로 도전했던 일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.
더 많은 일을 찾아서 했고, 더 많은 삶의 결과물들을 만들어 냄으로 16년이라는 시간을 신장이식 환자였지만 남들 보기에는 정상인처럼 살았습니다. 웃음이 넘치는 가정을 만들었고,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이 없었으며, 아이도 건강하게 자랐습니다.
내 삶을 평가해보면 감사하고 만족하며, 스스로에게 잘했다는 칭찬을 해주고 싶습니다. 그리고 앞으로도 끝까지 잘 하려고 합니다.
저는 매월 병원에 갑니다. 월요일이면 또 가야 합니다. 한달에 한번씩 시험을 보는 느낌입니다. 마치 한달짜리 인생을 사는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.
투석 전 환자분들과 이식하신 분들은 cr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아실것입니다.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케하는 수치입니다.
저는 cr8.8에 투석을 시작했고, 이식수술하고 퇴원할 때 1.3으로 퇴원해서 최대 1.5까지 올라갔다가 최근 몇년동안은 1.1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. 이제는 좀 더 신경을 써서 유지해야 겠습니다.
투석 할 때, 투석바늘이 너무 두꺼워서 크게 불평을 한 적이 있었는데, 함께 투석하시던 분이 "우리가 그 바늘 때문에 살 수 있는 것"이라고 말했습니다. 그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. 그 뒤로는 불평이 잘 올라오지 않습니다.
매달 병원에 가야하고, 매일 약을 먹어야 하지만, 이런 저런 불편함이 있지만, 그것 때문에 내가 오늘을 살고 있다면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.
성경에서는 인생이 70이고 강건하면 80이라고 했습니다. 그리고 그 햇수의 위력은 수고와 슬픔뿐이며 그 위력 조차도 곧 끊어지고 우리가 신속히 날아가 버린다고 했습니다. 시편 90편10절이네요.
지난 16년을 생각해 보면 날아가는 인생이라는 말이 맞습니다. 10년 더 산다고 특별히 더 행복하지는 않을 듯합니다.
은혜로 주어진 오늘 하루, 이 순간을 감사하며 살 수 있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.
내 삶의 무게가 무겁지만 끝까지 불평하지 않고, 할 수만 있다면 나보도 더 무거운 짐은 진 사람들을 도와주며 포기하지 않고 가려고 합니다. 오늘도 그것을 위해 기도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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